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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와 법

비트코인, 세금은 내가 걷을게. 계산은 누가 할래?

by ABCD 2021.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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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2021. 3. 25. 시행되는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특금법")에  "가상자산"으로 그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투자자가 비트코인 거래로 얻은 수익에 대해서 소득세를 부과할 근거도 소득세법에 신설되었다.

 

 

특금법상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가상자산소득”)은 2022년 1월 1일부터 양도하는 분에 대해서 납세의무를 진다.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하고,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원천징수 대상 소득이 아니므로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선입선출법*을 적용하여 매매차익을 계산해서 세액을 신고·납부해야 한다.

 

* 선입선출법이란 쉽게 말해 먼저 취득한 자산을 먼저 양도한 것으로 보는 원칙이다. 후입선출법은 나중에 취득한 자산을 먼저 양도한 것으로 보는 원칙.

 

소득세법은 양도한 자산의 취득시기가 분명하지 아니한 경우에 선입선출법을 적용하여 취득가액을 평가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소득을 계산할 때에도 취득가액을 선입선출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였다. 아래 예시를 보자.

당신이 ① 2022년 3월 1에 어떤 코인 1개를 5만 원에 사고, ② 4월 1일에 같은 코인 1개를 7만 원에 추가로 구매하여 총 2개의 코인을 가지고 있다. 이후 ③ 6월 1일에 코인 1개를 9만 원에 팔았다.

당신은 ① 3월 1일에 구매한 코인을 판 것인가, ② 4월 1일에 구매한 코인을 판 것인가?

즉, 6월 1일에 판매한 코인에 대해서 얼마의 양도차익을 얻은 것으로 계산해야 할까? ① 5만 원에 산 것을 9만원에 팔았다고 하여 4만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선입선출법) ② 7만 원에 산 것을 판 것으로 보아 세액계산상 2만원의 수익으로 얻은 것으로 보면 안되는가? (후입선출법)

 

 

물론, 선입선출을 적용한다고 하여 무조건 세액계산상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단정할 순 없겠으나, 가격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자산인 경우에는 선입선출이 더 많은 세액이 산정될 확률이 높다. 참고로, 증권회사에서는 상장주식에 대하여 실무상 후입선출법을 적용하고 있다.

 

 

사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건 가상자산소득 계산시 선입선출을 적용하는 것이 옳은지 여부가 아니다.

 

문제는 선입선출이든 후입선출이든, 개인투자자가 소득세법에 정한 가상자산소득을 도저히 정확하고 손쉽게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개인투자자가 비트코인으로 번 돈에 대해 제 때에 정확한 금액을 알아서 신고하고 납부할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과세되는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이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어차피 증권회사가 세금을 원천징수하고 난 나머지 금액이 입금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어렵게 세액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개정 소득세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가상자산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의무자가 아니므로* 개인투자자들이 일일이 모든 거래내역을 뽑아내어 취득가액을 입증해내야 한다.

 

* 단,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에 대해서는 원천징수의무자에 해당한다. 국세청은 2019년말 빗썸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가상화폐 거래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으로 원천징수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803억 원의 원천소득세를 부과하였는데, 우선 부과처분부터한 다음 개정 소득세법에 반영한 것이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싶겠지만 이런 경우가 왕왕 있다.

 

 

상장주식의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 부과처분에 대하여 2016년에 소제기하여 1심, 2심, 대법원까지 갔다가 파기환송판결을 받아내어 2021년인 현재 파기환송심을 진행하고 있는 사건이 있다. 의뢰인은 어느 회사의 상장주식을 5년에 걸쳐 여러 개의 증권사계좌를 통해 수백, 수천번을 꾸준히 사고 팔았다. 이 사건에서 선입선출법과 후입선출법을 각각 적용하여 거래내역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는데, 거래내역 엑셀파일의 인쇄본만 수십장이었고, 동시에 여러 개의 증권계좌를 통해 예수금이 입출금된 현금흐름까지 파악하느라 많은 밤을 지새운 기억이 악몽이 생생하다.

 

 

거래의 규모와 빈도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들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직전 년도의 1년치 코인 소득을 직접 계산해서 제대로 신고하고 납부할 수 있을까? 그것도 코인 종류별로 하나하나를?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론적으로 깔끔하게 계산이 떨어지는 거래만 손에 꼽을 정도로 한 경우면 가능하겠지만, 이런 경우가 얼마나 되겠는가?

 

 

 

 

입법자는 빗썸이나 업비트같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원천징수의무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로 얻은 소득이 양도소득인지 기타소득인지, 그래서 증권거래세와 같은 거래세를 부과할 수 있는 성격인지, 가상 지갑을 통해 입출고한 경우에는 어떻게 취득가액을 입증해야 하는지, 계산명세서를 거래소에서 제공받는게 가능하기는 한지 여부 등 충분한 고민을 하였는지 의문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고 하지만, 물론 그 소득이 때때로 과도해 보이는 구석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실효적인 대책도 없이 무신고로 인한 불이익을 개인투자자들이 감수하도록 두어서는 안된다. 물론 비트코인이 이제껏 세상에 없던 기술로 탄생한 것이라 당황스러웠겠지만 말이다. 이제 10년쯤 지났는데 그만 당황해도 되지 않을까

 

 

 

동학개미들이 주식과 달리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스스로 선입선출법을 적용하여 세액을 산출하고 다음 해의 신고 기간에 기타소득세로 분리하여 신고·납부해야 한다는 걸 당연히 알 수 있을까? 무신고 또는 과소신고에 대해 가산세는 그대로 부과할 것 아닌가? 계산 실수는 가산세 감면사유가 아니니까. 물론 가상자산소득이 250만 원이 넘는 투자자들은 세금 납부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준비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니면 극단적으로, 무신고에 대한 불이익은 감수하기 어려우니 신고 자체는 최소한으로 이행하고 정당한 세액에 대한 과세관청의 경정을 기다리면 어떻게 되는가? 선입선출법으로 수백, 수천, 수만건의 거래내역을 분석해야 하는 과세행정이 과연 효율적인가? 이 많은 코인투자자들 가운데 고액소득자 위주로 조사한다고 하더라도, 아마 국세청에서는 관련 TF를 몇 개는 더 꾸려야 할지도 모른다.

 

 

국세청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거래내역파일을 제출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선입선출법을 적용해서 납부할 세액을 계산해주는 자동계산기 기능을 홈택스에서 제공해줘야 한다. 이건 개인투자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세무사들도 싫어할걸 아니면, 적어도 가산세 등 무신고와 과소신고에 대한 불이익은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판단해야 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 역사상 가장 똑똑해진 개미들에게 사실상 불가능한 이행의무를 부담하게 한 책임을 묻게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았으면, 거래소 어플만 캡쳐해서 업로드하면 데이터 크롤링해서 자동 세액계산해주는 계산기 만들어서 뿌릴거다. 개발자님들 누구라도 꼭 만들어주세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그래서 비트코인 거래소득에 대해서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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