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

<숨>, 죽음이 다시 삶이 될 수 있는 원리에 관하여 은 생명의 원천에 관한 이야기다. 화자인 해부학자는 기억의 저장 방식을 탐구하기 위한 실험을 하다가(본인 머리통을 스스로 가른 미친놈이다) 뜻밖에도 이 가상 세계가 필연적으로 맞이할 종말을 보게 된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열린 우물이 아니라 봉인된 방'의 구조를 가진 이 가상 세계 내에서는 사람이 움직일 때, 아니 움직이지 않고 생각하기만 해도(따라서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대기압을 높이게 되고 이에 따라 뇌의 작동이 느려지게 된다. 즉, 생명의 실제 원천은 공기가 아니라 기압 차이에 있으므로, 언젠가 대기에 축적된 기압과 지하 저장고의 기압이 동일해지는 날, 이 세계는 숨을 멎게 된다. Chuck Johnson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세상에 이런 딜레마가 다 있나. 죽음을 향한 질주를 조.. 2021. 4. 26.
「어둠의 왼손」, 어슐러 K.르 귄 「어둠의 왼손」, 어슐러 K.르 귄 - 케메르 : 빛과 어둠의 관계. 고립되어 있지만 단절되어 있지는 않은. - 좋은 이야기란 무엇일까. 아무리 말도 안되는 설정이라 하더라도 읽다 보면 작가가 펼쳐놓은 세계를 믿는 상태에서 책을 덮게 되는 이야기. 작가가 나를 상상해 본 적 없는 세상으로 데려다 놓았는데, 그 속에서 내가 소설 밖의 나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는 이야기. 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생각은 이기호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 수록된 단편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을 읽고 나서부터 들었나보다. 그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 정말 밥 대신 흙을 넣은 야채볶음흙이라는 요리를 먹어도 되는 것이고, 심지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 2021. 4. 7.
반응형